인터넷에서 '돼지고기 영양성분'으로 검색하다가 상단에 뜬 다음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돼지고기는 건강에 어떻게 좋을까?" <헬스조선>, 2010.01.29
기사의 요지는 돼지고기는 여러 가지로 몸에 이로운 음식이다는 것인데,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네요.
"돼지고기는 다른 육류보다 지방이 많아 살찌기 쉬울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지방(fat)을 많이 먹으면 몸속 지방(fat)이 쌓여서 살찌게 된다고 착각할 수도 있는데, 보통 몸을 살찌게 만드는 것은 탄수화물이지, 지방이 아닙니다. 탄수화물이 몸에 들어가면 혈당이 올라가고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됩니다. 인슐린은 혈당을 근육으로 보내고 근육에서는 혈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남은 것은 글리코겐으로 저장합니다. 인슐린은 간에도 혈당을 글리코겐으로 저장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도 혈액 속에 여전히 당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인슐린에 의해 지방세포로 보내지고, 중성지방으로 변하여 체지방이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현대인들이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먹고 있다는 것입니다. 식사 때 주식으로 먹는 쌀밥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간식으로 먹는 빵 과자 등도 다 탄수화물입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밀가루를 끊어라" 혹은 "빵을 끊어라"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보셨을 겁니다. 백미보다 더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게 밀가루 음식입니다. 혈액 내 혈당의 급격한 상승은 인슐린을 대량으로 분비하게 해 결국 살을 찌우게 하는 것은 물론, 혈당의 급격한 상승 그 자체가 혈관의 손상을 가져옵니다. (포도당 스파이크 glucose spike)
"돼지고기에는 아라키돈산, 리놀산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쇠고기의 2~6배 들어있다. 불포화지방산은 혈관 안에 콜레스테롤이 쌓이지 않게 도와주는 동시에 혈액순환을 왕성하게 한다"
포화지방산은 몸에 나쁘고, 불포화지방산은 몸에 좋다는 주장이 전제되어 있는 문장입니다. 포화지방산이 정말로 몸에 나쁜지에 대한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불포화지방산이면 무조건 몸에 좋다"라고 하는 것에는 정말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포화지방산이라고 하면 오메가 3, 오메가 6, 오메가 9가 있는데, 이 중 오메가 3 지방산과 오메가 6 지방산은 필수지방산으로 체내에서 합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지방산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섭취하는 지방산의 대부분은 오메가 6 지방산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대두유, 옥수수유, 카놀라유, 해바라기씨유 등 우리가 쉽게 접하는 거의 모든 기름들이 오메가 6 지방산을 주로 함유하고 있습니다. 상업적으로 길러지고 있는 가축의 고기에도 오메가 3 지방산에 비해 오메가 6 지방산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이는 과거와 달리 풀이 아닌 옥수수 사료 같은 곡물을 먹여서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식물성 유지를 통해 만들어지는 패스트푸드 음식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집에서 직접 신경 써서 음식을 해 먹지 않는 한 오메가 6 지방산의 과도한 섭취를 피할 길이 없는 것입니다.
오메가 6 지방산과 오메가 3 지방산의 이상적인 비율이 1:1~4:1이라고 합니다. 염증 반응을 억제하면서 기능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최적의 비율이라는 것이죠. 우리는 평소 오메가 3에 비해 얼마나 많은 오메가 6 지방산을 섭취하고 있는 것일까요? 90년대 초에 이미 서구사회의 경우 에는 오메가 6 지방산과 오메가 3 지방산 섭취비율이 15:1, 심지어 20:1의 비율인 경우가 많았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는데, 이미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 천국이 된 지 오래된 한국에서도 오메가 6 지방산과 오메가 3 지방산 비율이 위에 것 보다 더 높으면 높았지 더 낮지는 않을 듯합니다. 평소에 패스트푸드 음식과 육식을 즐겨하면 할수록 훨씬 더 비율이 당연히 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100:1에 달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많은 현대인들의 몸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염증을 억제하고 혈관을 깨끗하게 하는 오메가 3 지방산은 너무나 적게 먹고, 반대로 염증을 일으키게 하는 오메가 6 지방산은 너무나 많이 먹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오메가 6 지방산 중 감마리놀렌산(GLA)은 항염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돼지고기 같은 가축 고기나 계란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지방산은 아라키돈산(arachidoic acid)입니다. 아라키돈산(arachidoic acid)은 특히나 많이 섭취하면 체내 염증이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식물성 유지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지방산은 리놀산( linoleic acid, LA)인데 이게 체내에 들어가면 아리키돈산으로 변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돼지고기를 즐겨먹는 중국인에게 고혈압 환자가 적은 것은 이 때문이다."
현재 중국에서 고혈압 환자가 적은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게 맞다면 적어도 아라키돈산(arachidoic acid) 같은 오메가 6 지방산 때문이 아닌 건 확실해 보입니다. 우리는 이미 리놀레산(리놀산, LA), 아라키돈산을 많이 섭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식물성 유지, 가축 고기, 계란에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주위의 고혈압 환자들은 평소에 이런 것을 안 먹어서 고혈압에 걸린 것일까요?
오메가 3, 오메가 6를 구분하지 않고 불포화지방산이면 무조건 심혈관에 좋다고 생각한다면 콩기름 같은 식용유를 사다가 마시면 됩니다. 거기에는 아주 풍부한 오메가 6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습니다. 심혈관에 좋다는 건강식품이나 올리브유 같은 비싼 기름을 사서 먹을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훨씬 저렴한 대체제가 있으니까요.
돼지고기가 불포화지방산이 많다고 해서 찾아보니 불포화지방산 포화지방산 비율이 6:4라고 합니다. 그런데 중국요리에서는 전통적으로 돼지기름(라드)을 사용해 요리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돼지기름, 라드(lard)는 포화지방산 덩어리입니다. 버터와 마찬가지로요. 그러니 아무리 돼지고기가 불포화지방산이 많다고 강조한다고 해도 중국 사람 중 고혈압 환자가 적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포화지방산 덩어리인 라드로 요리해 먹어도 고혈압 환자가 적다면 포화지방산이 실제로는 심혈관에 그다지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얘기해 주는 게 아닐는지요.
중국요리에는 거의 양파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데, 양파에는 심혈관을 좋게 하는 성분인 케르세틴(quercetin)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굳이 중국사람이 고혈압 환자가 적은 이유를 찾아본다면 차라리 중국 사람의 유별난 양파 사랑에서 찾는 것이 더 맞는 게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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